결에게 네가 보내온 쪽지들은 잘 받았어. 사람들은 그걸 첫눈이라고 불러. 작년에 너는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마지막으로 속삭였지. 얼음바늘로 내 온몸에 구멍을 뚫어놓고서 말이야. 돌아오는 계절들로 몸을 메워두지 않으면 그때는 더욱 두껍고 질긴 바람을 가져와 내 구멍 하나하나에 집어넣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지경으로 무너뜨리겠다고. 얇은 목련 잎에, 녹색 파도에, 금빛 달에 눈물만 눌러 담아 너에게 보낼 때면 언제나 두 손의 핏기가 하얗게 가시곤 했어. 그 떨림을 읽었니. 보드라운 첫눈을 맞아보니 네가 우리의 재회를 위해 얼마나 아프게 이빨을 벼려두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어. 곱게 갈린 눈송이에서 여전히 차가운 너의 웃음소리가 느껴졌어. 결, 너는 나만을 위해서 그토록 공들여 첨리해지는 거니. 나만을 위해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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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여름의 따뜻한 공기가 가득한 비좁은 교실 안, 시야를 가로막은 하얀 벽과 그 위의 초록 칠판. 선생이 그 위에 공들여 적는 하얀 글씨 중 내게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. 아이들의 침묵 위로 독재하듯 흐르는 설명 역시 그랬다. 단정한 검정의 머리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. 그 모든 것들이 지우개 가루처럼 뭉쳐 회백색 지루함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아무도 듣지 못 할 만큼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. 오늘 하늘이 유난히 새파랬고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. 아주 작은 변화도 찾을 수 없는 심심한 풍경이었다. 그런데 그런 심심한 풍경을 비추는 유리 위로 투명하게 그려진 형체가 문득 보였다. 아무도..
상태가 심각한 글들이 많이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ㅎㅎ..ㅎㅎ..ㅎ.하하
* 그닥 진지하게 쓴 글 아님 등짝이 미친듯이 뜨거웠다. 마치 잔뜩 흥분한 짐승의 혓바닥이 등을 무자비하게 핥아대는 듯 불쾌한 느낌에 나는 신속하게 몸을 일으켰고 곧 내가 사막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등이 뜨거웠던 이유는 저 높은 하늘에서 거만하고 심술궂은 신처럼 활활 타오르는 태양 덕분에 달구어진 모래바닥을 침대삼아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. 정말 세상을 끝내버릴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. 나 역시 거의 구워지고 있는 모래바닥과 비슷한 신세를 면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타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. 더워 미칠 것 같은 와중에도 뜬금없이 내가 사막에 와 있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. 일단 그게 가능한지부터가 문제인 것이다. 해외여행을 왔던가? 일단 그것부터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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